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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5인 미만 사업장’ 근절 위해 ‘위장방지법’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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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5인 미만 사업장’ 근절 위해 ‘위장방지법’ 도입해야”

2026-04-30 14:19:28
“하나의 사업장 쪼갰을 땐 경제적 제재해야”…위장방지법 입법 요구 목소리
사업장 명의를 쪼개 5인 미만으로 위장하고 근로자를 프리랜서로 둔갑시키는 불법 관행이 업종 전반에 걸쳐 만연하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 같은 위장 5인 미만 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장방지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제6차 집단 공동진정 및 사업장 쪼개기 특별근로감독청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노동자성연구분과ㆍ입법연구분과, 정의당 비상구, 플랫폼노동희망찾기가 공동 주최했다.
다른 사람 명의로 사업자 등록…실질 운영은 동일 인물
대구 L 미용실의 A 지점과 B 지점, C 지점은 각각 다른 사람 명의로 사업자등록이 돼 있다. 그러나 이 세 지점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은 동일 인물이었다. 세 지점 디자이너들은 하나의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매출 보고와 업무 지시를 받았고, 지점을 옮겨 가며 근무하도록 지시받았다. 비품도 세 지점이 공동 발주해 배분했다.
천안 H 미용실의 E 지점과 G 지점도 서류상 대표자가 달랐다. H 미용실의 D 지점 사용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답변서에서 "임금 지급 주체 및 재무ㆍ회계가 완전히 분리된 독립된 별개의 사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턴들이 두 지점을 번갈아 근무했고, 한쪽 대표의 연락처가 다른 지점 채용공고에 기재된 사실 등 반박 증거가 나오자 뒤늦게 하나의 사업장임을 인정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헤어디자이너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5인 이상 사업장이자 부당해고임을 판정했다. 그러나 복직한 노동자에게 회사는 경위서 작성을 강요하며 조직적으로 괴롭혔고, 결국 노동자는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강남 소재 D 애견미용샵에서 일한 애견미용사 K 씨는 주 5일 매일 오전 9시 40분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하며 월 130만 원을 받았다. 사업주가 예약 채널을 카카오톡으로 통일해 미용사들이 임의로 고객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고, 서비스 가격도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해고된 K씨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하자, 사업주는 뒤늦게 직원들에게 '프리랜서 계약관계 선택 신청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서울지노위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며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판단해 각하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B씨와 동료 미용사 C씨 모두 고용ㆍ산재보험 피보험자격을 인정했다. B씨는 현재 재심을 진행하면서 이번에 추가 진정을 접수했다.
헤어 디자이너 강진수 씨는 "현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누가 지시했는지, 누가 통제했는지, 누가 실제로 운영했는지를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그 증언이 배제된다면 실제 책임져야 할 사람은 사라지고 노동자만 보호받지 못하는 구조만 남는다"고 말했다.
천안 H 미용실 인턴 유민서 씨는 "법을 지켜달라는 당연한 요구가 왜 해고의 사유가 돼야 하냐"며 "노동청에 강력히 요구한다. H 미용실 사업장에 대한 전수 조사를 포함한 강력한 근로감독을 실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강남 소재 D 애견미용샵에서 일한 애견미용사 Y 씨는 "주 40시간이 넘게 일했는데 130만 원을 월급으로 받았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노동법이 전부 적용되지 않는 이유가 사업의 영세성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제가 일한 사업장은 월 매출만 3000만원에 순수익 1500만원이 나는 곳"이라며 "왜 이런 사업장에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문정은 정의당 부대표는 "내일이면 63주년 맞는 노동절이 공식적으로도 제 이름을 찾고 법정공휴일로도 지정된다. 그러나 오늘 마주한 기만들이 쌓여 청년들은 절망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청년의 미래를 외치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을 공언해 왔지만 오늘 우리가 목격한 20대 청년 노동자들의 자리는 어디에 있나"라며 비판했다.
5인 미만 위장 방지 '위장방지법' 도입해야
이처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해 노동법을 피해 가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위장방지법'을 입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장방지법은 하나의 사업장을 판별하는 기준을 마련해 그 기준을 충족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경제적 제재를 하는 법안이다.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공인노무사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판단기준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여러 기업이라도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음에도, 현장 근로감독관들이 명의와 회계의 형식적 분리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하 노무사는 ▲사업의 동일성(실질 사업주 동일 여부, 동일 단체 카톡방 관리 여부 등) ▲인사노무관리의 총괄성(채용ㆍ근태ㆍ휴가 승인 주체 동일 여부 등) ▲회계의 동일성(비용 처리 주체, 수의계약 여부 등) 등 세 가지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위장방지법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A안은 사업장을 분리하거나 근로자를 사업소득자로 위장하는 방식으로 상시근로자 수를 축소해 얻은 경제적 이익에 대해 최대 20%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B안은 현행 근로기준법 제43조의8의 체불 임금 손해배상청구 조항에 '고의로 근로자를 위장하거나 상시근로자 수를 축소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한 경우'를 추가해 3배 이내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근로기준법 제11조를 개정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도 함께 제시했다.
하 노무사는 "비임금 노동자가 862만 명에 달하고, 5인 미만 위장 의심 사업장이 14만4000개에 달하지만 위장에 대한 별도의 경제적 제재는 없다"며 "원래 지불해야 하는 체불금품만, 그것도 이자도 없이 원금만 지급해도 사건이 종결되니 위장 규모가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전국 1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진정서 및 특별근로감독 청원서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접수됐으며, 광역근로감독과와의 면담도 이어졌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